[합격후기] 2020 미술유학 RISD Graphic design장학생 강하준
지난해인 2019년 초까지만 해도 저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아트가 아닌 일반 학문 쪽으로 대학을 진학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좀 다른 생각도 있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제작하거나 창의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할 때 가장 큰 흥미를 느끼곤 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6월, 진로에 대해서 깊이 고심할 때에, 그리고 입시가 몇 개월 남지 않았을 때 제가 인터넷을 뒤져 아트델리라는 학원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행운이었죠 ㅎㅎ)
아버지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 이때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멋모르지만, 컴퓨터로 뭐 만드는 것에 관심 있는 애’였습니다. 처음에 가져간, 지금 보면 포트폴리오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그간의 작업들은 오로지 비슷한 스타일의 그래픽뿐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래픽 전공을 지원한다고 해도 그래픽이 30%, 손으로 한 작업이 70% 정도로는 구성되어야 한다는 원장님 말씀을 듣고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하지만 원장 선생님께서는 저의 작업에서 가능성을 보셨는지, 시간이 얼마 없긴 하지만 제가 미술을 해야 하는 아이라고 아버지께 말씀해주셨습니다. 입시가 불과 몇 개월 뒤인데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며 당장 내일부터 다니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저는 첫 수업 전에 겁을 잔뜩 먹었습니다. 저는 한국 입시 미술학원에 대한 소문을 듣고 굉장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픽은 몰라도 손으로 그리는 작업은 정말 자신 없었을 뿐더러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트델리는 제가 상상했던 곳과 매우 달랐습니다.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그 안에서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학생들.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로워서 두려움이 있었지만, 점차 선생님들의 피드백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즐겁게 작업하였습니다.
아트델리 선생님들은 자유를 주시면서도 그 안에서 갈피를 잘 잡아주셨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작품을 최대치로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실험적인 작품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부원장 선생님께 설마 하는 생각으로 “저 액세서리 디자인 한번 해보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바로 “그래 해~” 이러셔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정말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observational drawing, 애니메이션 제작, 포스터 제작, 판화, 누드 크로키, 주얼리 디자인, 3D 작업... 8개월이라는 시간에 제가 경험한 것 중 일부분입니다. 정말 별의별 것들을 다 했네요. ㅎㅎ
그리고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아트델리의 자유로움은 너무 부담되지 않는 자유로움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유롭게 창의력을 돋우는 작업을 하되, 한 달에 한 번씩 drypoint, surrealism, book art 등 원장 선생님께서 강의를 통해 주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정답을 알려주시는 게 아니라 나만의 정답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아트델리는 분위기가 너무 좋고 가족 같았습니다. 아트델리의 선생님들은 학생 하나하나의 다른 장점과 특기를 캐치하고 포트폴리오에 그것들을 더 부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학생의 스킬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학생 본인도 모르는 성격적인 특징까지 알아채시고, 그에 걸맞은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부원장 선생님께서 저에게 “conceptual한 작업을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저는 저의 아이덴티티를 깨닫고 포트폴리오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더 나은 작품을 위한 고민을 할 때에 희원 선생님께서 제게 이입하셔서 저와 함께, 제 머리가 아프면 제가 머리 아픈 만큼 고민해주셨고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아~ 정말 학생 한 명 한 명에 애정을 갖고 계시는구나~’ 라고 감탄을 했습니다. 애정 없이는 이렇게 못 하실 테니까요.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아트델리를 다닌 덕분에 RISD 등 아트스쿨과 USC 등 종합대학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8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없는 만큼 하나하나의 작품을 무조건 포트폴리오에 넣을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열정을 쏟은 만큼 그 작품에 애정이 생겼고, 포트폴리오 작업과 입시라는,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것들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짧지만 굵게 아트델리를 다니며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찾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April 2020 강하준